[정 변호사의 현장일지] 2년 전 빌려준 1비트코인, 얼마 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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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상승 랠리 중인 지난 11월 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서 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photo 뉴시스

2년 전 1비트코인(BTC)을 빌려간 친구가 감감무소식이다. 분명히 2년이 지난 2021년 11월 1일 오늘, 1비트코인을 돌려주기로 했는데, 돌려주지 않고 있다. 전화를 해보니 미안하다며 지금 코인은 다 팔고 없고, 현금으로 갚아준다고 한다. 2019년 11월 1일 1비트코인이 900만원 정도 했으니,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900만원을 부친다고 한다. 제때 연락 못 해 미안하다며 100만원을 더 부친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승인될 무렵인 올해 10월, 그 1비트코인을 8000만원에 처분했다고 한다. 막상 집에 들어와 업비트 화면을 보니 무엇인가 억울하다. 10월보다 가격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1비트코인은 거의 7500만원 정도인데, 1000만원만 받게 되다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 친구가 약속대로 1비트코인을 돌려줬다면 못해도 7000만원에는 팔았을 텐데, 친구한테 100만원을 더 받는다고 해도 무엇인가 손해를 본 느낌이다. 친구한테 7500만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코인 못 돌려주면, 얼마를 배상해야?

정답부터 말하면 7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정확히는 소송을 걸었을 때, 그 소송의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의 비트코인 시가를 기준으로 한 금액을 친구로부터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비트코인을 빌려주고 2년 후에 1비트코인을 돌려받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이를 돌려주고 있지 않다면, 비트코인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이를 돌려주지 않거나,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비트코인 반환을 대신하여 그에 상응하는 금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즉 빌려간 비트코인을 갚지 않아 이를 법적으로 되돌려 받고자 하는 경우, 비트코인의 인도를 구하는 청구(인도청구)를 하고, 그 비트코인을 현실적으로 돌려받기 어려울 것을 대비해 그 비트코인 값어치에 대한 청구(대상청구)까지 함께하게 된다.

이때 그 대상청구금액이 얼마인지가 중요한데, 우리 법원은 그 금액을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시가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보고 있다. 사실심이라는 표현이 어렵지만 통상 1심과 항소심(2심)이라 생각하면 쉽다. 이러한 사실심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의 비트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대상금액이 산정된다.

만약 위 사례에서 11월에 친구에게 소송을 걸었다면 통상 2~3월 정도에 1심 변론이 종결되므로 그때의 시가를 기준으로, 만약 친구가 항소를 한다면 항소심은 7~8월 정도에 변론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최종적으로는 그때의 시가를 기준으로 돈을 받을 수 있다.

11월 1일 비트코인의 가격이 대략 7500만원 정도인데, 내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어간다면, 그 친구는 1억원을 갚아야 한다.

실제 사례도 존재

이러한 사례가 실제로 존재하나? 실제로 존재한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10. 23. 선고 2017가단11429 판결이 대표적이다.

동 판결 사안에서 A와 B는 2017년 3월경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보내주면 B가 이를 현금화하여 사용한 뒤 약 한 달 후에 같은 수량의 비트코인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했다. 이에 A는 2017년 3월 13일 B에게 4비트코인(BTC)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B는 이를 갚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B는 2017년 11월 29일에 0.202BTC를 2017년 12월 29일에 0.22BTC, 합계 0.422BTC만 반환했고, 나머지 3.578BTC는 갚지 않았다.

이에 A는 소송을 제기하여 B에게 빌려간 비트코인을 돌려줄 것과 만약 비트코인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돌려줄 것을 이야기한 날인 2017년 12월 5일 기준 시세를 적용한 금액을 갚을 것을 청구했다. 2017년 12월 5일 1비트코인의 국내 시세는 약 1350만원이었다.

법원은 비트코인을 돌려줄 수 없게 되었을 때에는 그에 대한 배상으로 해당 사건의 변론종결 당시의 시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비트코인을 빌려준 날이나, 돌려달라고 한 날이 기준이 아니라 해당 사건의 변론이 종결되는 시점이었던 2018년 9월 4일 비트코인 시세를 기준으로 배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2018년 9월 4일 무렵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국내 시가는 1BTC당 약 825만4000원이었다. 이에 판결은 아래와 같이 선고되었다.

“B는 A에게 비트코인 암호화폐 3.578비트코인(BTC)을 인도하라. 위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비트코인 암호화폐 1비트코인(BTC)당 825만4000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

만약 위 사건이 길어져 올해 10월에 변론이 종결되었다면, 아마도 “B는 A에게 비트코인 암호화폐 3.578비트코인(BTC)을 인도하라. 위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비트코인 암호화폐 1비트코인(BTC)당 8000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었을 것이다.

급등락에 대한 위험을 해소할 방법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같은 암호화폐를 빌려줄 때, 그 개수나 수량으로 돌려받기로 하고 별다른 장치를 두지 않는다면, 그 등락에 따른 위험을 상호 부담하게 된다고 보면 된다. 가격이 급등하면 빌려간 사람이 손해를, 가격이 급락하면 빌려준 사람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사안들과 반대로, 1비트코인이 8000만원 할 때 빌려줬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1비트코인이 2000만원이 되었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얼마일까? 별다른 약정이 없다면 1비트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 8000만원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 소송을 걸어도 마찬가지다. 1비트코인을 빌려간 사람이 코인을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 시점(변론종결시점)을 기준으로 시가를 산정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게 되는데, 빌려줄 때는 1비트코인에 8000만원이었지만 변론 종결 당시 시가가 1비트코인에 2000만원이라면 결국 20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이러한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얼마를 어떻게 돌려받을지 당사자 간 사전에 명확히 약정을 해두면 된다. 예컨대 “BTC를 돌려주어야 한다. 만약 못 돌려주게 될 경우 ‘1BTC당 8000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원화’를 지급하기로 한다”와 같은 약정을 하면 된다. 실제 소송에서는 이러한 약정이 있었는지 다투어진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10. 23. 선고 2017가단11429 판결 사안에서는 B는 A, B 사이에 비트코인 인도의무에 갈음하여 1BTC당 600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증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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