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앞 복도라 생수 쌓아놔도 된다?…"과태료 300만원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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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04. 오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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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 주민이 생수통을 복도에 놓은 모습. 포장이 뜯겨진 채 몇 병만 사라져있다./사진=독자 제공

서울 관악구 사당역 인근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는 A씨(30)는 한 달 전쯤부터 문 앞에 생수를 쌓아놓고 사는 이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는 "처음엔 곧 들여놓겠지 생각했지만 한 달째 필요할 때만 한 두병씩 물을 빼가고 밖에 쌓아놓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앞이나 복도에 물건을 놓고 사용하는 이웃 때문에 불편을 겪는 건 A씨뿐만 아니다. 이는 오래된 이웃 간 갈등사례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하고 일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선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다.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한모씨(30)는 자전거와 쓰레기 상자를 놓고 오랜 기간 치우지 않은 이웃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씨는 "혼자 쓰는 공간도 아닌데 양심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는 "복도에 내놓은 물건을 치워달라"며 "이웃이나 통행하는 이들에게 불편을 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는 경고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23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한 아파트 복도. 자전거와 빈 상자가 놓여있다./사진=독자 제공



안전 위협하는 위법행위 … 300만원 과태료 부과될 수 있어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 복도에 물건을 내놓지 말라는 경고문./사진=독자 제공

복도나 계단에 물건을 쌓아두는 건 현행법상 위법이다. 복도와 계단 등 피난시설에 물건을 쌓아두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위반에 해당해 과태료 300만원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은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고 별다른 사유 없이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문 앞 공간은 집이 아니라 복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이제헌 변호사는 "집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법령상 근거는 없지만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형사 판례가 있다"며 "문 앞은 복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도나 계단에 쌓인 물건은 위급상황 시 거주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문제도 있다. 서울 내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박모 소방관(30)은 "계단참(계단 구간마다 설치된 평지에 가까운 구간)에 자전거 등 물건이 놓인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시 소방호스를 펼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쌓여있는 짐은 무거운 경우가 많아 치우면서 진입하려면 시간이 든다"며 "연기가 자욱한 화재 현장에서는 앞에 놓은 장애물이 가스통(인화물질)인지 아닌지 식별이 어렵다"고도 했다.

다만 시민 간 분쟁에 소방공무원이 개입이 힘든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B 소방관은 "물건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종종 들어오는데 작은 물건이라도 사유물이고 자전거 등 고가의 물건도 있기 때문에 임의로 옮기기는 어렵다"며 "사적 공간인 주택에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동주택에서 현관문 앞에 물건을 쌓아놓는다고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서울 한 소방서에서 신고·민원을 담당하는 B 소방관은 "2년가량 이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과태료 부과로 이어진 사례는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보다는 주민끼리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과태료 부과 등 법이나 제도로 해결하는 것보다 입주자 모임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하고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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