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돈 공짜로 농사일 시키고…10년간 정부지원금까지 챙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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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2. 오후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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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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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며느리의 형제에게 무보수로 과수원 일을 시키고 그의 장애인수당을 10년간 가로챈 부부에 법원이 실형을 내렸다.

22일 뉴스1에 따르면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단독 맹준영 부장판사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4)에게 징역 4년, B씨(60·여)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B씨에게는 사회봉사 400시간도 명령했다.

부부인 A씨와 B씨는 2009년 1월말부터 2020년 12월중순까지 경남 창녕군 자신들의 집에서 장애 판정을 받은 C씨(50)와 함께 지냈다. C씨 여동생의 시부모가 이들 부부로 양쪽은 사돈관계였다. 그러나 C씨는 이들에게 '주인집 아저씨·아주머니'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C씨는 보수를 받지 않고 감나무 과수원 등에서 일했다. 또 C씨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연금·장애인수당·기초생계급여·기초주거급여 등 8000만원 상당을 92차례에 걸쳐 이들 부부가 가로챘다. 부부는 10년 이상 가로챈 돈으로 자신들의 생활비, 보험료, 카드대금 등에 사용했다.

재판에서 이들은 C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추후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A·B·C씨와 함께 보호기관 직원의 서명이 있었다.

맹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형사사건의 수사단계에서 합의서가 작성·제출될 경우 향후 수사와 재판절차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사법절차에서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보호기관 및 그 직원이 법률상 C씨의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까지 볼 사실상·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부부가 C씨 앞으로 3500만원을 공탁했지만 10여년간 가로챈 액수(8000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 피해자가 제공한 노동에 대한 대가에도 부족한 점을 법원은 지적했다.

재판에서 C씨는 매우 간단한 질문조차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지내던 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자 "추웠어요"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맹 부장판사는 "각 서류들의 작성 시점과 금액, 공탁 시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볼 때 과연 피고인들이 범행을 참회하면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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