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약에 당한 소비자들, 보험료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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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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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사기판매 ②] 금감원 민원도 소용 없어... 대리점은 소비자에 소송

[조선혜 기자]

 글로벌금융판매
ⓒ 글로벌금융판매

'업계 2위' 독립 보험대리점(GA) 글로벌금융판매에서 관행처럼 이어온 보험 사기 판매와 '수수료 돌려막기' 행각은 지난 2019년 말 잠시 주춤했다. 금융감독원에서 대형 GA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 것이 계기였다.(관련 기사 : "은행 이자 10배 준다" 보험대리점의 사기 영업)

그동안 종신보험 등을 저축보험으로 속여 팔면서 보험사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영업 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웠던 사내 안양지역본부인 '피알총괄'의 김아무개 대표는 곧바로 돌려막기를 중단했다. 

이후 2~3달이 지나자 피해자가 속출했다. 가입한 상품이 실제로는 종신보험이었지만 저축보험으로 알고 있었던 소비자들은 꾸준히 보험료를 냈음에도, 글로벌금융판매에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던 이자 성격의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보험을 중도해지하자니 환급금이 매우 적거나 거의 없는 종신보험 특성상 보험료를 대부분 날리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김 대표와 함께 일했던 보험설계사 장아무개(42세, 가명)씨는 "법인 계약자는 4곳, 개인 계약자는 50~60명 정도 피해를 봤다"며 "피해 계약 건수는 제가 판매한 경우만 따져보더라도 150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보험료 돌려달라' 민원 넣자 GA는 소송 맞대응

글로벌금융판매를 통해 보험에 가입했던 A주류도 피해자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10월 글로벌금융판매에서 월보험료가 515만원에 달하는 미래에셋생명의 '유니버셜종신보험'에 가입했다. 3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고, 매달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GA 설계사의 설명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가입 이후 5달 동안 모두 2575만원의 보험료를 낸 A주류는 당초 안내와 달리 단 한 번도 약속했던 금액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해당 상품을 판매했던 장씨의 고백으로 이 계약이 불법임을 알게 됐다. 이후 A주류는 계약상 설계사 명의가 실제와 다른 사람인 '경유계약(보험업법 위반)'이었다는 것도, 상품설명서와 보험약관을 받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A주류를 포함한 3곳 법인계약자는 보험사와 금감원에 보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오히려 글로벌금융판매가 이들에게 '보험계약 유효 확인' 등 소송을 제기하면서 민원 처리가 전면 중단됐다. 설계사 장씨의 상세한 내부고발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피해자 유아무개(39세)씨도 글로벌금융판매 쪽 불법영업으로 1000만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원금보장은 당연하고, 적금보다 이자율이 높다는 말을 듣고 가입하게 됐다"며 "만기도 2년이나 3년으로 짧아 크게 부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보장성 보험이라면 이자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가입한 상품이 적금인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금융판매 설계사와 친분이 있었던 그는 다른 불법영업을 당한 소비자들처럼 매달 이자 성격의 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하면 2~3년 뒤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고만 들었다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다. 

그는 뒤늦게서야 보험계약이 불법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씨는 "미래에셋생명·삼성화재 계약서에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글씨로 서명이 돼 있었고, 보험약관 등도 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계약상 설계사 명의도 장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저축보험이라고 허위로 설명한 것도 모두 보험업법 위반 아니냐"고 반문했다.

'불법' 경유계약·대리서명... 기각된 민원

하지만 그는 가입 당시 설계사 안내에 따라 보험사 쪽 '해피콜'에서 각종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 반환을 거절당했다. 금감원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보험사와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유씨는 "그래도 금감원은 믿었었는데 안 된다는 식으로 강하게 말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보험사들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해피콜) 녹취파일, 작성 서류 등을 근거로 봤을 때 계약상 문제가 없었고, 법적 계약해지 가능 기간인 3개월이 지난 건이어서 민원을 기각했다"며 "금감원에서도 같은 사유로 기각했기 때문에 민원을 다시 제기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대리서명, 경유계약 등 불법행위가 있었고, 담당 설계사가 이를 인정했음에도 그러한가'라는 질문에도 "설계사가 잘못을 시인한 것은 알지만, 소비자가 충분히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증빙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피해자 유아무개(39세)씨는 가입 당시 설계사 안내에 따라 보험사 쪽 '해피콜'에서 각종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 반환을 거절당했다.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보험사와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 조선혜

피해는 설계사들에게도 돌아왔다. 당초부터 이들은 영업에 따른 수수료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는데, 회사 쪽 '돌려막기'가 중단되자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장씨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에는 김 대표가 보험사에서 받는 수수료 전액을 설계사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금감원 검사로 회사가 수수료 돌려막기를 멈추면서 설계사 수수료를 아예 받지 못했다, 받아야 할 수수료가 6000만원까지 쌓였는데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경찰에 고발했지만 '문제 없다'는 답변만 

장씨와 최씨는 지난해 초 회사를 나와 새 GA를 설립했지만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김 대표가 각 보험사에 두 사람이 설립한 GA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면서 피해를 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장씨가 피해 소비자들의 민원 처리를 도우면서 각 보험사들과 금감원에 글로벌금융판매 쪽 불법영업 행위를 고발하자 보복을 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제가 보는 앞에서 김 대표가 보험사에 전화해 '이 설계사들이 보험계약 수수료를 먹튀하고 있다'면서 영업을 방해했다"며 "이후 보험사들이 계약을 모두 뺐고, 더는 계약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 GA 쪽 압력에 못 이겨 보험사들이 이들과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장씨와 최씨는 글로벌금융판매가 그동안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으로 속여 판매한 사실을 금감원과 국세청, 감사원과 경찰 등에 고발했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게 됐다. 장씨는 "경찰과 금감원에 내용을 설명했더니 '이론상으론 (GA와 소비자가) 윈윈이니 약속만 잘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GA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법행위를 적발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 관계자는 "민원이나 제보가 들어온다고 매번 검사를 나갈 수는 없다"며 "민원 관련 참고자료를 모은 뒤 직접 검사할 필요성이 있을 때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했다. 

2019년 대형 GA 검사 때 유사수신행위, 보험업법 위반 등을 적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에는 최근 3년 동안의 대형 위법행위 위주로 살펴봤다"며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한 (글로벌금융판매의 불법영업을) 적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처벌 대폭 강화하고, 수수료율 낮춰야

전문가들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GA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보험사에서 GA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미국의 경우 1980년대에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속여 판 보험사 메트라이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처분을 내린 이후 이런 사기판매가 사라졌다"며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초안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포함돼 있었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관련 조항이 사라졌다, 알맹이 빠진 법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계사 수수료율이 월보험료의 1200%까지만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이 올해부터 적용됐는데, GA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수수료율도 적정하게 낮추고, 계약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수수료 지급 기간도 현재보다 늘려야 보험사와 설계사, 소비자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외형상으로는 GA가 증권시장에 상장을 시도하는 등 조직을 거대하게 키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고 (문제가 많다)"며 "정상 영업하는 GA도 함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불법행위의 싹을 도려낼 필요가 있다, 금감원이 강도 높은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현재 (보험업법 위반 등에 대한) 제재 수준이 낮은 측면도 있다"며 "조직적으로 불법영업을 이어왔다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을 만큼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글로벌금융판매 피알총괄의 김아무개 대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으로 불완전판매하고, 작성계약을 만들어 수수료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설계사 장씨와 최씨가 새로 설립한 GA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받아야 할 (보험 조기해지 관련) 환수금이 남았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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