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금지 딱지 붙였다가 맞아... 아파트 경비원 첫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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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15.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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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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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보도 후 경기도 도움받아 신청, 병원비·휴업급여 보상... "폭행·폭언 확인"

[이민선 기자]

▲ 주차단속했다고 폭행... 유치원장님, 왜 이러세요 한 아파트 단지 내 유치원 원장이 자신의 차량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아파트 관제팀 직원을 폭행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 ⓒ 오마이뉴스


근무 중 폭언과 폭행 등을 당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입주민 등에게 '갑질' 피해를 본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산재 인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의 설명에 따르면, 군포 한 아파트에서 주차단속을 하다가 갑질을 당한 A(57)씨는 지난 13일 '외상성 신경증'이라는 질환에 대한 산재 승인을 받았다. 

해당 아파트의 관제팀 직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6월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곳에 세워진 차에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차주(사립유치원 원장, 67)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그는 이 일로 심한 모욕감을 느껴 일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를 치료한 한 정신과 의사는 "피폭행 장면에 대한 재경험, 두통, 불면증 등을 주소(환자가 호소하는 주요증상)로 2020년 7월 6일부터 9월 1일까지 '외상성 신경증' 등에 대한 통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라는 소견을 남겼다.

녹색병원의 한 임상 심리학자는 "강함 억울함과 모욕감을 느끼며 불안감과 두려움이 해소되지 못하고 억눌려 있다"라며 "만성피로, 수면장애, 식욕감퇴 등의 신체 증상으로 표출될 수 있어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 적시했다.

A씨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폭행을 당하고 욕을 들으면서 분노를 참느라 이를 악물어야 했다.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서글펐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잠도 오지 않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병원비와 휴업급여 지급 받게 됐지만...
   
 폭행장면이 담긴 CCTV영상 캡처
ⓒ A씨 제공

 
이번 산재를 이끌어 낸 것은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도 노동국 노동권익센터 소속 마을 노무사다. 아파트 경비원을 상대로 갑질이 잇따르자,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마을노무사제도'를 운영해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경기도노동권익센터는 마을노무사를 통해 피해자 A씨에게 무료 노동 상담을 제공했다. 지정병원인 녹색병원의 협조를 얻어 무료 심리치유를 지원하며, 근로복지공단에 A씨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수행 과정 중 폭행 및 폭언 등의 내용이 확인되고, 그로 인한 치료 이력이 확인되는 등 이러한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고, 이것이 발병의 직접원인 또는 악화 요인"이라며 A씨에 대한 산재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병원비와 함께, 해당 사건으로 인해 근무하지 못한 기간만큼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급여 등을 보상받게 됐다. 하지만 A씨는 이 사건 이후 지병이 악화돼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산재 인정을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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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게 많아 기자 합니다. 오마이뉴스 경기도 담당입니다. 교육에세이 <날아라 꿈의학교>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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