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미분양 상가에 내려진… ‘떴다방 병원’ 주의보

부동산,건축,상가 관련 판결 모음

신도시 미분양 상가에 내려진… ‘떴다방 병원’ 주의보

최고관리자 0
260001_1.jpg

병원 입점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 보는 투자자 는다는데…

작년 9월, 인천에 사는 김모(58)씨는 한 부동산 직원으로부터 약국이 들어서는 상가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내용은 이랬다. ‘곧 완공되는 4층짜리 건물에는 층마다 상가 10개 정도가 있는데, 2층 전체에 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소아과와 내과처럼 처방전을 많이 발급하는 병원이 차려질 예정이어서, 반드시 약국이 들어서게 된다. 상가를 매입해 세를 놓으면, 안정적으로 500만원에 가까운 월세를 받을 수 있다’


솔깃했다. 해당 건물로 가보니, 벽면에는 ‘병원 입점 예정’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여기저기에 걸려 있었다. 포털사이트로 해당 건물을 검색했다. 역시 ‘병원 입점 예정’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김씨는 곧장 부동산으로부터 상가 분양대행사 직원을 소개받았다. 이 직원은 건물 1층에 있는 39㎡(12평) 크기의 한 상가를 콕 찍어 ‘약국 지정 상가’라고 설명했다. 내년 2~3월 병원이 들어올 것이 확실하니 서둘러 계약금을 내야 다른 사람이 채 가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의사가 병원을 차리면, 약국을 유치해 월세 470만원(보증금 5000만원)을 부담할 예정이라고 했다.

‘물건’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김씨는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 분양대행사 직원은 “병원이 문 열기 전에 약국이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며 계약을 서둘러달라고 요구했다. 주변 시세는 약국 지정 자리라 시세가 13억원에 달하지만, 빨리 계약하면 10억원 정도로 넘겨주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김씨는 한 달여 동안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까지 모두 냈다.,

그 후 상황은 기대와 달리 흘러갔다, 3월이 돼도 소아과와 내과 등은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온다던 의사는 “코로나19 때문에 병원 열기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는 “의사와 연락이 끊긴 지 석 달이 다 돼가는데, 해당 의사는 현재 다른 곳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일종의 떴다방과 같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분양대행사와 의사를 상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른바 ‘떴다방 병원’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신도시 등에서 분양이 쉽지 않아 보이는 건물이지만, 병원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말을 믿고 상가에 투자한다. 하지만 믿었던 병원은 들어오지 않는다. 투자자는 월세는커녕 투자금을 빌리느라 생긴 이자를 떠안아 하는 처지에 몰린다. 한 부동산개발업자는 “분양업자 입장에서는 3억~4억원밖에 안 되는 분양가를 10억원가량으로 뻥튀기한 뒤 팔아먹으면, 지원금 명목으로 의사에게 3억원가량을 쥐여주더라도 크게 남는 장사”라면서 “의사 가운데 일부는 면허를 빌려준 대가로 짭짤한 수입을 얻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가 늘자 대한약사회가 지난해부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나섰다. 약사 A씨는 지난해 의사 3명과 전문 브로커에게 사기 피해를 봤다며 대한약사회에 신고했다. 한 임대 브로커가 병원 3곳(의사 3명)이 5년 동안 맺었다는 임대계약서를 보여주며 A씨에게 상가 분양을 권했다고 한다. A씨는 10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상가를 분양받았지만, 병원 3곳은 1년 이내에 모두 문을 닫았다. 그 사이 A씨는 브로커가 병원 지원금 명목으로 요구한 2억3000만원도 이미 냈다. A씨는 “의사 3명과 브로커들은 신도시 미분양 건물에 공동으로 들어갔다가 단시간 만에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고물 의료 기계를 가져다 놓고 병원처럼 보이게 한 뒤,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처럼 했다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바로 계약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최종 선택은 투자자가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다 보니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가에 투자하려면 병원 입점 예정인 의사가 과거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일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희 변호사는 “병원이 차려지지 않을 경우 시행사는 의사를 믿었다고 하고, 의사는 자신은 여러 여건상 병원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발을 빼면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상가에 들어온다는 의사의 과거 근무 이력을 꼼꼼히 파악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 lions3639@chosun.com] 

0 Comments

Notice

"마침내 마음에 드는 점포 찾았는데…건물주 요구에 걱정" - '제소 전 화해' 제도 “장판 닳았다고 집주인이 물어내래요”…상가임대차 분쟁 해결법 "엄마, 집 3억 싸게 살게요"…가족간 매매는 이렇게 “전세 재계약하는데 집주인이 감옥에”… 재계약 때 유의할 점[부동산 빨간펜] 부동산 상속지분의 정리방법 공인중개사 인냥 계약 ‘척척’하더니…앞으로 신분 안밝히면 과태료 500만원 다음달부터는 집주인 ‘잠수’타도 임차권등기 가능해진다 전세계약 후 집주인 바뀌었어도···대법 “기존 세입자 임차권은 보호” 오피스텔·다가구·원룸 관리비, 집주인 맘대로 못 정한다 "전세계약 곧 끝나는데 집주인 사망…어떡하죠?" [법알못] 전세사기 걱정 없는 안전한 전셋집 구하는 방법 월세 30만원 넘으면 신고 의무화… 2023년 6월달부터 본격 시행 전세사기 막으려면…등기부등본서 '이것' 반드시 봐야 [더 머니이스트-아하! 부동산법률] 전셋집 경매 넘어가도 보증금 먼저 돌려받는다 “전세금 안주는 나쁜 집주인”…재산 가압류는 이렇게 전세 계약 직후 집주인 대출·매매 꼼수, 특약으로 막는다 전세 살다가 훼손된 벽지·바닥·도어락..수리비는 누가 낼까 2030 울리는 ‘전세금 먹튀’, 확실히 돌려받으려면 '전세금 못 준다 돌변한 집주인'···결국 소송을 준비했다 '이거 모르면 열심히 살아도 손해'…줄치며 봐야 할 주택 세금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8 명
  • 오늘 방문자 661 명
  • 어제 방문자 742 명
  • 최대 방문자 3,233 명
  • 전체 방문자 324,394 명
  • 전체 게시물 7,165 개
  • 전체 댓글수 0 개
  • 전체 회원수 23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